서울 가망거리와 ‘가망’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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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망거리와 ‘가망’이란 무엇인가

신을 청해 굿판에 좌정시키는 감응청배의 의미

무속에서 사용하는 말 가운데 글자만 보고는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가망’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서울굿에서는 가망거리 또는 가망굿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속용어 자료에서는 서울 가망거리를

“서울굿의 굿거리 중 하나로, 신을 굿판에 좌정시키고 신에게 제물을 바쳐 감동시키기 위한 의식”

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전국적인 의미의 ‘가망’은

“감흥(感興) 또는 감응(感應). 보통 굿의 앞부분에서 신을 청해 좌정시키는 의식”

으로 설명한다.

옛 문헌과 연구자료를 함께 살펴보면 이 짧은 설명 안에 꽤 많은 무속의 의미가 들어 있다.

가망거리는 굿의 앞부분에서 행해졌다

서울과 중부지역에서 가망굿 또는 가망거리는 큰 굿의 초반에 행해지는 거리로 전해진다.

본격적으로 여러 신명을 모시는 과정에 앞서 신을 굿청으로 청해 들이고 좌정하도록 하는 성격이 강하다.

쉽게 말하면 굿판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신이 저절로 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을 정식으로 청하여 모시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그 과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망거리다.

그래서 가망거리를 이해할 때는 ‘청신(請神)’과 ‘좌정’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함께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신을 청하고, 청한 신이 굿판에 자리하도록 모시는 것이다.

옛 기록에는 ‘감응청배’라고 적혀 있다

조선 말기 서울굿의 모습을 그림과 글로 남긴 『무당내력(巫黨來歷)』이라는 자료가 있다.

이 자료에서는 가망거리에 해당하는 절차를

감응청배(感應請陪)

라고 적었다.

여기서 ‘청배(請陪)’는 말 그대로 청하여 모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무속 현장에서 사용하는 ‘청배한다’는 표현과도 연결되는 말이다.

신명을 부르고, 굿청으로 모셔 들이는 행위다.

따라서 감응청배라는 표현을 풀어보면 신의 감응을 청하고 신을 모시는 거리라는 의미가 상당히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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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망’과 ‘감응’은 어떤 관계일까

옛 문헌에서는 가망을 감응(感應)이라고 표기한 사례가 확인된다.

감응이라는 말은 사람이 신을 일방적으로 부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람의 정성과 청함에 신이 응한다는 관계까지 포함한다.

무속의 현장에서는 신을 부르는 것과 신이 응하는 것을 서로 떨어진 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당이 신을 청하고, 신이 그 청함에 응하여 굿판에 좌정하고, 그 신명을 대접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가망이라는 말에 감응이라는 한자가 붙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만 가망이라는 말의 정확한 어원까지 하나의 설로 단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지역과 전승 계보에 따라 발음과 설명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가망신은 어떤 신인가

가망거리에서 모시는 신을 흔히 가망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망신이 정확히 어떤 신이냐고 묻는다면 간단하게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다.

전해지는 무속자료에서는

본향가망
불사가망
영정가망
부정가망

처럼 다른 신명이나 성격과 결합한 표현이 나타난다.

또 일부 연구에서는 가망이 산신이나 서낭신의 성격을 지녔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씨와 본을 주는 가망”이라는 공수를 근거로 집안이나 계통의 근원을 관장하는 본향신 또는 시조신 성격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전국의 모든 가망신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서울·경기와 황해도, 평안도 등 지역마다 가망을 부르고 모시는 방식이 달랐고, 무속인의 계보에 따라서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가망신을 설명할 때는 특정한 신 하나의 고유명사라기보다 굿의 초반에 청해 모시는 신격 또는 그 신격을 둘러싼 무속적 개념으로 먼저 이해하는 편이 안전하다.

‘산바라기’라는 이름도 전해진다

『무당내력』에서는 감응청배를 속칭 산바라기라고 기록했다.

말 그대로 산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옛 기록에는 무당이 태백산을 바라보며 성령감응을 청하거나 특정 산을 향해 신명을 청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자들은 가망거리의 성격을 산신이나 마을의 수호신을 청하는 의례와 연결해 살펴본다.

서울·중부 무속의 본향맞이와 비슷한 요소가 있다는 해석도 여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것 역시 모든 가망거리가 산신거리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의례 안에서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의미가 겹치거나 변화했을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왜 백지를 들고 춤을 추었을까

옛 서울굿을 기록한 『무당내력』 그림에는 가망거리에서 무녀가 백지를 들고 춤추는 모습이 나타난다.

전해지는 설명에서는 백지를 들고 춤추는 행위를 굿판의 부정을 가시는 의미와 연결한다.

또 사방을 향해 절하는 것은 사방의 수호신에게 배례하는 의미로 풀이한다.

이후 방울과 부채를 들고 가망신을 청하는 청배무가를 부르고, 공수를 내리는 흐름이 전해진다.

이 점에서 가망거리는 단순히 신의 이름을 부르는 짧은 절차가 아니었다.

신을 청하고, 맞이하고, 좌정시키고, 대접하고, 신의 뜻을 받는 일련의 흐름 속에 자리 잡은 굿거리였다고 볼 수 있다.

가망거리에서 제물을 올리는 이유

사용자가 정리한 무속자료에는 가망거리를

“신에게 제물을 바쳐 감동시키기 위한 의식”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무당내력』 계통의 서울굿 자료에서도 감응청배에 굿상과 제물이 나타나는 것이 확인된다.

무속에서 제물은 단순히 음식을 차려놓는 의미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청해 모신 신명을 정성으로 대접한다는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

신을 불러놓고 아무런 대접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갖추어 음식을 올리고 신명을 받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한다’와 ‘대접한다’는 행위는 가망거리에서 서로 이어진다.

가망노랫가락은 무엇인가

가망거리에는 신을 청하는 말과 노래도 따른다.

이를 넓게 가망무가라고 볼 수 있고, 서울굿에서는 가망노랫가락이라는 이름도 전해진다.

서울굿의 노랫가락은 신에게 인간의 소망을 담아 바치는 노래의 성격을 가진다.

모시는 신에 따라 이름도 달라져

가망노랫가락
제석노랫가락

처럼 불린다.

가망노랫가락은 단순히 흥을 돋우는 노래가 아니라 가망신을 모시는 굿거리 안에서 신에게 정성과 뜻을 전하는 무가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굿판에서 노래와 장단은 장식이 아니다.

신을 청하고 모시고 축원하는 행위의 일부다.

서울만 ‘가망’이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그렇지는 않다.

서울과 중부지역에서는 주로 가망굿·가망거리라고 부른 반면 황해도와 평안도에서는

가믕굿
가뭉굿
초가믕굿

등의 이름이 전해진다.

이것은 무속 용어를 공부할 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같은 뿌리를 가진 의례라도 지역이 달라지면 이름과 발음, 의식의 순서와 의미가 조금씩 달라진다.

따라서 서울의 가망거리를 기준으로 전국의 가망을 전부 똑같다고 설명하면 안 된다.

전국적으로 넓게 보면 굿의 앞부분에서 신을 청하고 좌정시키며 대접하는 의례적 개념이 있고, 각 지역에서 그것이 서로 다른 이름과 형태로 나타났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계룡산 벼락신장법사의 현장 해설

내가 가망을 설명한다면 어렵게 시작하지 않는다.

“신을 모셔오는 첫 문을 여는 일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다.

무속에서는 신명을 모신다고 하면서 아무 순서 없이 바로 공수부터 내리는 것이 아니다.

먼저 굿청을 정돈하고 신명을 청하고, 신이 좌정하도록 모시고, 정성을 올리는 과정이 있다.

가망이라는 말에는 그런 청신과 감응의 과정이 담겨 있다.

다만 내가 배운 방식과 서울굿의 전통, 황해도나 다른 지역에서 전해지는 방식은 서로 같지 않을 수 있다.

무속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과 법맥을 따라 전해져 왔다.

그래서 한 지역의 말을 전국의 표준이라고 만들어버리면 오히려 옛 무속의 모습을 놓치게 된다.

가망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에서는 감응청배와 가망거리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다른 지역에서는 또 다른 이름과 방식으로 남아 있다.

그 차이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무속을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망은 신을 부르는 말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사람이 정성을 갖추고 신을 모시는 태도까지 담고 있는 오래된 무속의 언어다.

천신장군암 무속자료실에서는 앞으로도 실제 무속 현장에서 사용되어 온 용어와 무가, 무구, 의식의 뜻을 하나씩 자료와 함께 정리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