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신장기, 왜 다섯 색 깃발로 사람의 운수를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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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신장기, 왜 다섯 색 깃발로 사람의 운수를 보았을까

무속에서 사용하는 무구 가운데 눈에 금방 들어오는 것이 있다.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의 다섯 깃발을 한데 모아 놓은 오방신장기(五方神將旗)다.

처음 보는 사람은 색깔이 다른 작은 깃발 다섯 개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깃발에는 동서남북과 중앙이라는 방위가 들어 있고, 각각의 방위를 지키는 신장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실제 무속 현장에서는 이 깃발을 이용해 사람의 운수를 살피기도 했다.

흔히 빨간 깃발을 뽑으면 좋다고 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다섯 색이고, 색깔 하나를 뽑아 사람의 길흉을 살폈을까.

오방신장기란 무엇인가

오방신장기는 말 그대로 오방을 지키는 신장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오방은 동쪽, 서쪽, 남쪽, 북쪽 그리고 중앙이다.

전통적인 오방의 색과 신장을 나누면 다음과 같다.

  • 동쪽은 청색, 청제신장(靑帝神將)
  • 서쪽은 백색, 백제신장(白帝神將)
  • 남쪽은 적색, 적제신장(赤帝神將)
  • 북쪽은 흑색, 흑제신장(黑帝神將)
  • 중앙은 황색, 황제신장(黃帝神將)

그래서 오방신장기를 펼쳐 놓으면 단순히 예쁜 색깔 다섯 가지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동서남북과 중앙, 다시 말해 사람이 서 있는 공간 전체를 다섯 방위로 나누어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각각의 방위를 수호하는 신장의 의미가 더해진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

오방기와 오방신장기는 엄밀하게 따지면 같은 말은 아니다.

오방기는 동서남북과 중앙이라는 방위와 오방색의 의미가 중심이지만, 오방신장기는 여기에 그 방위를 지키는 신장이라는 신격의 의미가 보다 분명하게 결합된 무구다.

현장에서는 이름을 섞어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무속자료를 공부할 때는 이 차이를 알아두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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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신을 따로 모시는 것일까

청제, 백제, 적제, 흑제, 황제라고 하니 다섯 신을 각각 따로 모시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무속에서 오방신장은 다섯 방위에 각각 대응하는 신장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방 전체를 지키는 하나의 신장 체계로 이해되기도 한다.

무신도 가운데서도 오방신장을 한 화폭에 함께 그려 놓은 사례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 다섯 자체보다 사방과 중앙을 모두 갖추어 공간 전체를 지킨다는 의미에 있다.

오방신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오방신장의 뿌리를 찾아가면 오방과 오행, 오제(五帝)에 관한 오래된 관념을 만나게 된다.

동서남북과 중앙을 다섯 색과 연결하는 관념은 무속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방위와 색, 계절, 자연의 질서를 서로 연결해 이해하는 사상이 발달했다.

여기에 도교 계통의 신장신앙이 결합했고, 다시 한국의 무속 안으로 들어오면서 신장거리와 무구, 점복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학계에서는 오늘날 서울굿에서 볼 수 있는 오방신장기의 형성과 관련해 불교 의례인 오로단의식과의 연관 가능성도 연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방신장기를 어느 한 종교에서 만들어져 그대로 무속으로 들어온 물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신앙과 의례문화가 오랜 시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처음부터 점치는 깃발만은 아니었다

오방신장기를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이 먼저 ‘어떤 색을 뽑느냐에 따라 운수를 보는 깃발’을 떠올린다.

실제로 그런 용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오방신장기의 의미가 점복 하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 무속을 기록한 『무당내력(巫堂來歷)』에는 오늘날 신장거리와 관련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기록에서는 오방신장이 잡귀와 잡신, 여러 살을 물리치는 존재로 나타난다.

신장은 본래 군신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오방신장기에도 방위를 지키고 삿된 것을 막으며 공간을 수호하는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

이 바탕 위에서 사람의 운수를 묻고 신의 뜻을 살피는 점복의 기능도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오방신장기를 단순히 ‘무속에서 제비뽑기 하는 도구’ 정도로 이해하면 이 무구가 가진 의미의 절반도 보지 못하는 셈이다.

깃발을 뽑아 어떻게 운수를 보았을까

오방신장기를 이용해 운수를 보는 것을 흔히 기뽑기라고 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다섯 깃발의 색깔이 보이지 않도록 깃대를 한데 모은 다음, 제가집이나 참여자가 그 가운데 하나를 뽑는다.

그리고 나온 깃발의 색을 보고 운수를 살핀다.

서울과 중부지역에서 전승된 신장거리 자료를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의미가 나타난다.

청색은 우환, 백색은 천신이나 명복, 적색은 재수와 재물, 흑색은 죽음이나 불길한 운수, 황색은 조상과 관련해 풀이했다.

그렇다고 이 내용을 외워 놓고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

무속은 지역에 따라 다르고, 법맥과 무속인에 따라 해석과 사용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특히 현재 남아 있는 오방신장기의 점복자료는 서울·중부지역의 신장거리와 관련된 기록이 비교적 분명하다.

따라서 한 지역의 방식을 전국 무속의 절대적인 공식처럼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왜 빨간 깃발을 가장 좋아했을까

오방신장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빨간 것이 나오면 좋다.”

이 말은 근거 없는 속설은 아니다.

서울지역의 신장거리와 기뽑기 자료에서는 홍기, 즉 적색 깃발을 큰 재수와 재물에 관계된 길한 깃발로 보는 전승이 확인된다.

그래서 흔히 적색을 가장 좋은 깃발로 여겼다.

반대로 흑색은 죽음이나 불길한 운수를 나타내는 색으로 받아들여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전승에서는 흑기를 뽑았을 때 잡귀를 물리는 절차를 거친 뒤 다시 깃발을 뽑기도 했다.

그렇다고 빨강만 좋고 나머지는 모두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황색은 조상과 연결되고, 백색 역시 천신이나 명복과 관련되어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정확하게 말한다면 서울·중부지역의 일부 전승에서는 적색을 큰 재수와 재물을 뜻하는 매우 길한 색으로 여겼다 정도가 적당하다.

그런데 요즘 오방신장기에는 검은색이 없는 것도 있다

옛 오방색의 기본은 청·백·적·흑·황이다.

그런데 요즘 사용하는 오방신장기를 자세히 보면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검은색 대신 다른 색이 들어간 오방신장기가 있다.

왜 그럴까.

자료를 살펴보면 1970년대 이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설명된다.

기뽑기를 하는 사람들이 흑색을 불길하게 여기고, 청색 역시 우환을 뜻한다고 하여 꺼리는 일이 생기면서 일부 무속 현장에서 색을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무속을 공부할 때 상당히 재미있다.

우리는 흔히 전통 무구라고 하면 수백 년 동안 모양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내려온 물건을 생각한다.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신앙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고 의례 환경이 달라지면서 무구의 모습도 조금씩 변한다.

그래서 오늘날 사용하는 오방신장기에 검은색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잘못 만든 오방기’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 변화 자체가 현대 무속의 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옛날 오방신장기는 지금보다 소박했다

형태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오방신장기의 깃대에는 대나무나 신우대를 사용했고, 깃발에는 명주·갑사·공단 등을 사용했다. 한지를 물들여 깃발을 만든 사례도 전한다.

오늘날 무속용품에서 볼 수 있는 오방신장기 가운데는 용이나 호랑이, 태극, 여러 문양이 화려하게 들어간 것이 많다.

그런 장식이 모두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옛 자료에서 확인되는 오방신장기는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형태도 많다.

시대가 지나면서 장식이 더해지고 재료가 달라지고 색의 구성까지 변한 것이다.

이 역시 옛것과 지금 것을 어느 한쪽이 맞고 틀리다고 보기보다는 무구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살펴보는 자료로 보는 것이 좋다.

전국의 무속인이 예전부터 사용했던 것도 아니다

이 부분도 자주 놓친다.

현재는 오방신장기를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으니 아주 오래전부터 전국의 무속인이 똑같이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관련 연구에서는 오방신장기가 특히 서울과 중부지역의 무속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무구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후 서울굿의 영향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오방신장기의 사용 역시 넓어진 것으로 보는 연구도 있다.

한국 무속은 지역마다 사용하는 무구도 다르고 신을 모시는 방식과 의례 절차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 지역에서 사용하는 무구를 놓고 이것이 한국 무속 전체의 원래 모습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내가 무속을 오래 접하면서도 지역 무속자료를 따로 살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이름을 사용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다르게 쓰는 경우가 있고, 이름은 달라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무구가 있다.

그 차이를 없애버리면 무속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 모습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린다.

작은 깃발 다섯 개 안에 들어 있는 것

오방신장기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작은 깃발 다섯 개 안에 생각보다 많은 것이 들어 있다.

동서남북과 중앙이라는 공간이 있고, 청·백·적·흑·황이라는 오방색이 있다.

그 방위를 지키는 신장이 있고, 삿된 것을 물리치고 공간을 수호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어느 깃발을 뽑느냐를 통해 사람의 운수를 살피던 점복도 있다.

그러니 오방신장기는 단순히 길흉을 맞히기 위한 색깔 깃발이라고만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오방이라는 공간관과 신장신앙, 벽사와 수호, 그리고 점복이 한 무구 안에서 만난 것이 오방신장기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이 있다.

오방신장기의 색과 그 해석은 지역과 법맥,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무속을 공부할수록 ‘원래 무조건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옛 문헌을 보고, 지역자료를 살피고,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를 함께 봐야 비로소 무구 하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천신장군암 무속자료실에서는 실제 무속 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무구, 의식과 지역별 무속문화를 하나씩 정리해 소개한다.

참고자료

  • 홍태한, 「오방신장기의 연원과 향방」, 『비교민속학』 제63집, 2017.
  • 이순영, 「무속에 나타나는 오방색의 의미와 상징성」, 『문화와 예술연구』 제20집, 2022.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오방신장」.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장」.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장굿」.
  • 국립민속박물관 오방신장기 관련 소장자료 및 해설.
  • 난곡, 『무당내력(巫堂來歷)』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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