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굿과 군웅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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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굿과 군웅 풀기

피와 생고기, 둑대까지 지역마다 다른 군웅 의례

앞선 글에서는 군웅(軍雄)이 누구인가를 살펴봤다.

군웅을 장수신으로 설명하는 자료가 있는가 하면, 실제 무속 현장에서는 전쟁터에서 칼이나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죽은 혼령 가운데서도 군웅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내가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배운 군웅 역시 이름난 장군에게만 한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다음 궁금증이 생긴다.

무속에서 말하는 ‘군웅을 푼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군웅을 풀 때 왜 피와 생고기, 소나 돼지의 내장 같은 것이 등장하는 것일까.

내가 실제 무속 현장에서 군웅을 풀 때 보아온 모습 가운데는 소나 돼지의 내장과 피를 입에 대거나 먹고 마시는 행위도 있었다.

상당히 강렬한 모습이다.

일반인이 이런 장면만 본다면 섬뜩하거나 기이한 행동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무속을 공부하려면 장면만 보고 판단하기 전에 그 행위가 어떤 지역과 법맥에서 전승되었는지, 군웅이라는 신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료를 찾아보면 군웅굿과 군웅 풀기는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다.

황해도와 이북계 무속, 경기 도당굿, 서울·경기 계통, 경상도와 동해안의 군웅 의례는 서로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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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굿이란 무엇인가

군웅과 관련된 의례는 지역에 따라 군웅굿, 군웅거리, 군웅장수거리, 장수굿, 놋동이굿 등 여러 이름으로 전한다.

여기서 거리란 무속의 큰 의례 안에서 특정한 신명이나 목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하나의 절차 또는 대목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군웅거리라 하면 군웅과 관련된 하나의 의례 대목으로 이해하면 쉽다.

문헌에서 확인되는 군웅의 성격도 하나가 아니다.

장군신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제액과 수호의 기능이 강조되는 곳도 있다.

제액(除厄)은 사람이나 집안에 닥칠 수 있는 액을 물리거나 덜어낸다는 뜻이다.

이처럼 군웅이라는 신명 자체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 군웅을 모시고 풀어내는 의례 역시 하나의 형식만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군웅을 푼다’는 말은 실제로 존재한다

‘군웅을 푼다’는 표현은 단순히 오늘날 일부 무속인이 사용하는 말만은 아니다.

황해도 계통의 무속을 기록한 자료에서도 전쟁터에서 죽은 군웅,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 억울하게 한을 품고 죽은 사람 등을 대상으로 군웅을 푼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이 점은 내가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배운 군웅의 범위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전쟁에서 칼을 맞고 죽은 사람.

총을 맞고 죽은 사람.

전란 속에서 피를 흘리며 비명에 간 사람.

역사에 이름조차 남지 않은 채 전쟁터에서 죽은 혼령 가운데 군웅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전쟁에서 죽었다고 해서 모든 혼령을 군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혼령을 군웅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다루는가는 지역과 법맥, 그리고 무속인이 모시는 신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해도계 군웅에서 나타나는 피와 생고기

군웅 의례를 조사하면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이 황해도와 이북계 무속이다.

자료에 나타나는 황해도계 큰 의례의 흐름 가운데는

사냥거리 → 생타살거리 → 군웅거리 → 익은타살거리

가 서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된다.

여기에서 생타살거리라는 생소한 말이 나온다.

‘생타살’은 제물을 익히기 전의 상태와 관계된 의례를 가리키는 황해도계 무속 용어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기록에서는 이 과정에서 가축을 제물로 다루고 생피와 육고기가 등장한다.

그 뒤에 군웅거리가 이어진다.

황해도 만구대탁굿 계통의 자료에서는 생타살거리에서 마련된 육고기와 생피를 가지고 군웅을 푼다는 설명도 확인된다.

여기서 만구대탁굿은 황해도 지역에서 전승된 큰 규모의 무속 의례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다른 연구자료에서도 생타살거리에서 무당이 피를 먹는 행위가 기록되어 있고, 이어지는 군웅거리에서 군웅을 모시고 원한을 풀어내는 흐름이 설명된다.

현대의 황해도계 이북 무속 현장을 촬영한 영상자료에서도 몸에 피를 바르거나 생고기 등을 입에 대는 모습이 확인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내가 실제 무속 현장에서 경험한 소나 돼지의 피와 내장, 육고기를 입에 대거나 먹는 군웅 관련 행위가 근거 없이 만들어진 행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적어도 황해도·이북계 무속 전승에서는 피와 육고기, 군웅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사례가 실제 자료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왜 피를 먹는 것일까

여기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이 생긴다.

왜 군웅을 풀면서 피를 마시거나 생고기를 먹는 것일까.

군웅과 관련된 다른 자료를 보면 피를 흘리며 죽어간 군웅을 위로하고, 다시 집안사람이 피를 보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기원하는 설명이 나타난다.

군웅이 전쟁과 칼, 총, 피 흘린 죽음과 연결되는 전승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바로

“군웅이 피를 흘려 죽었기 때문에 무당이 반드시 피를 마시는 것이다.”

라고 하나의 공식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확인되는 자료에서는 한쪽으로는 피를 흘려 죽은 군웅에 대한 설명이 존재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황해도계 의례에서 생피를 사용하고 무당이 피를 먹는 행위가 확인된다.

두 요소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할 여지는 충분하지만, 모든 지역과 법맥의 군웅 의례에 적용되는 하나의 이유라고 단정하려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무속공부에서는 바로 이런 구별이 중요하다.

확인된 것은 확인된 대로 기록하고, 아직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억지로 정답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소나 돼지의 내장을 먹는 행위

내가 실제 현장에서 보아온 군웅 풀기에서는 소나 돼지의 내장을 사용하고, 피를 입에 대거나 마시며 내장이나 고기를 씹어 먹는 행위가 나타나기도 한다.

외부 자료에서도 황해도계 무속인이 군웅거리에서 피를 몸에 바르고 선지와 내장 등을 먹는 방식에 관한 현장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선지는 짐승의 피를 굳힌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군웅을 풀려면 반드시 어느 부위의 내장을 몇 개 사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제물을 사용하고 어느 부위를 어떻게 다루는지까지 전국적으로 동일한 규칙이 있다는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법맥마다 방법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지역에서도 무속인에 따라 전승받은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실제로 배워 행해온 방식과 다른 무속인이 행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어느 한쪽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황해도 군웅거리에 등장하는 ‘둑대’란 무엇인가

황해도 군웅거리 자료를 살펴보다 보면 둑대라는 낯선 무구도 등장한다.

여기서 둑(纛)은 원래 옛 군대에서 장수의 지휘권과 군대를 상징하던 큰 군기와 관련된 말이다.

황해도 군웅거리에서 사용하는 둑대 역시 군웅의 군사적·장수적 성격과 관련하여 연구되고 있다.

자료에서는 둑대에 방울을 달아 사용하기도 하고, 제물로 올린 통돼지를 사냥하는 상징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도 기록되어 있다.

뒤이어 진행되는 타살감흥거리에서는 액을 물려 둑대를 밖으로 던지는 행위도 나타난다.

여기서 감흥은 황해도계 무속에서 신명 또는 의례와 관련해 사용되는 전문적인 표현으로, 일반어의 ‘감흥’과 같은 뜻으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세부 의미는 해당 지역의 무속 체계 안에서 살펴봐야 한다.

둑대 역시 신장대와 모양이 비슷해 보일 수 있다고 해서 같은 무구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사용되는 의례와 상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둑대가 군웅거리에서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군웅이 가진 군사적 성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경기 도당굿으로 가면 군웅의 모습이 달라진다

황해도계 자료만 보고 군웅 의례 전체를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경기도의 도당굿으로 가면 군웅의 모습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당굿은 마을의 안녕과 공동체의 평안을 위해 마을 단위로 이어져 온 무속 의례를 말한다.

경기 남부 도당굿의 군웅에서는 군웅상을 중심으로 의례가 진행되는 기록이 있다.

군웅상에는 소머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당이 군웅상 주변을 돌면서 방수밟기를 하고 군웅노정기를 부르는 전승이 확인된다.

방수밟기는 군웅 의례에서 일정한 방식으로 공간을 밟으며 진행하는 연행을 가리키는 지역 무속 용어다.

군웅노정기는 군웅이 오는 길과 행적 등을 노래로 풀어내는 무가의 한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이후에는 떡을 꿴 화살을 쏘아 수비나 영산 등의 존재에게 물려주고 마을 밖으로 보내거나 마을을 지키도록 하는 구조도 나타난다.

수비·영산 역시 무속에서 죽은 혼령이나 잡귀 계통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말이지만 지역과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갈매동 도당굿의 ‘군웅사실’

경기도 구리 갈매동 도당굿에서는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확인된다.

바로 군웅사실이다.

소머리 위에 삶은 닭을 세워 군웅사실을 만드는 모습이 이 지역 군웅거리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도 활이 등장한다.

군웅거리에서 마을 밖으로 활을 쏘아 액을 물리는 것이다.

황해도계에서 보았던 생피와 육고기, 둑대 중심의 강렬한 연행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같은 군웅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실제 의례는 이렇게 달라진다.


경상도와 동해안에서는 장군의 위엄을 드러낸다

경상도와 강원 동해안으로 가면 군웅의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이 지역에서는 군웅을 장군신의 하나로 인식하는 전승이 강하게 나타난다.

군웅장수거리에서는 김유신을 비롯하여 조자룡·제갈량 등 한국과 중국의 장수신을 청배하는 사례가 기록되어 있다.

청배(請拜)란 의례에서 신명을 정중하게 청하여 모시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지역의 군웅장수거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놋동이다.

무당이 놋동이를 입에 물어 장군의 위엄과 힘을 나타내는 연행이 전해진다.

그래서 이를 놋동이굿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해도계 군웅에서 보았던 피와 생고기의 모습과는 또 다르다.


같은 군웅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여기까지 살펴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군웅 의례에는 전국 공통의 단 하나의 형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황해도·이북계에서는 사냥거리와 생타살거리, 생피와 육고기, 둑대 등이 군웅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자료가 확인된다.

경기도 도당굿에서는 군웅상과 소머리, 방수밟기, 군웅노정기, 활 등이 두드러진다.

경상도와 동해안에서는 장수신을 청배하고 놋동이를 입에 물어 장군의 위엄을 나타내는 연행이 확인된다.

어느 하나를 전국 무속의 표준으로 만들어버리면 나머지 지역의 무속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군웅본풀이와 군웅 풀기도 구별해야 한다

비슷한 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혼동도 있다.

군웅본풀이군웅을 푼다는 표현이다.

제주 무속에서 전해지는 군웅본풀이는 군웅이라는 신격의 내력과 계보, 직능 등을 이야기하는 무가와 관련된 개념이다.

본풀이란 신이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신격이 되었는지를 노래와 이야기로 풀어내는 제주 무속의 중요한 무가 형식을 말한다.

반면 황해도계 자료 등에서 나타나는 ‘군웅을 푼다’는 표현은 군웅과 관련된 실제 의례 행위의 맥락에서 사용된다.

말에 모두 ‘풀이’ 또는 ‘푼다’가 들어간다고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군웅 푸는 법은 무엇인가

여기까지 읽으면 가장 궁금한 것이 남는다.

“그래서 군웅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나는 이 질문에 인터넷에서 읽은 몇 가지 방법을 모아 하나의 순서를 만들어 답하고 싶지 않다.

앞에서 살펴본 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

지역마다 다르다.

법맥마다 다르다.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전수받은 방식도 다르다.

같은 군웅을 모시더라도 무속인이 모시는 신명에 따라 받아들이고 행하는 법이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군웅을 실제로 풀어내는 것은 준비물을 몇 가지 갖추고 순서를 외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상황을 군웅의 문제로 판단할 것인가.

어떤 군웅인가.

왜 풀어야 하는가.

어떤 신명을 청해야 하는가.

어떤 법으로 풀 것인가.

이것부터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특정한 한 사람의 군웅 푸는 법을 전국의 무속인이 따라야 할 정답처럼 적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무속공부와 맞지 않는다.


내가 배운 법과 다른 사람의 법

나는 내가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배운 군웅이 있다.

내가 실제 무속 현장에서 보고 경험한 군웅 풀기도 있다.

그 과정에서 소나 돼지의 피와 내장을 사용하는 방식도 보았고, 직접 행해 온 방식도 있다.

하지만 다른 법맥의 무속인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군웅을 모시고 풀 수 있다.

그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신부모에게 배운 법에는 그 신부모가 자신의 신명에게 배우고 전해 받은 해석이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조사하고 기록한 군웅 역시 존중해야 한다.

학술자료가 현장 무속인의 모든 경험을 대신할 수 없듯이, 한 무속인의 경험만으로 전국의 무속을 설명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배웠다.

다른 무속인은 다르게 배웠을 수 있다.

그 차이를 틀렸다고 하기 전에 왜 다른지를 먼저 공부해 보는 것이 좋다.


군웅을 공부한다는 것

군웅을 공부하면서 장군신이라는 사전적인 뜻 하나만 외우면 우리가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전쟁터에서 죽어간 이름 없는 혼령이 있고,

피와 육고기로 군웅을 풀어온 지역의 전승이 있고,

둑대를 들었던 군웅이 있으며,

소머리 앞에서 군웅노정기를 부르는 군웅이 있고,

활을 쏘아 액을 물리는 군웅이 있으며,

놋동이를 입에 물어 장군의 위엄을 드러내는 군웅도 있다.

모두 한국 무속 안에서 전해져 온 서로 다른 군웅의 모습이다.

그래서 무속공부에서는 하나의 정답을 빨리 찾는 것보다 서로 다른 전승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그 차이가 어디에서 왔는지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도 보고 학술자료도 살펴야 한다.

옛 무속자료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배운 것도 되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신제자라면 자신이 모시는 신명님께서 군웅을 어떻게 가르쳐 주시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무속공부다.


천신장군암 무속자료실

무속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어 온 말과 신명, 무구와 의식, 지역과 법맥에 따라 다르게 전해진 무속문화를 하나씩 조사하고 기록합니다.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