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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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란 무엇인가
대수대명과 백살경으로 살을 풀다

“살이 있다는데 큰일 나는 것 아닙니까?”
점사를 보다 보면 이런 걱정을 하는 분들이 있다.
사주에 무슨 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겁부터 먹는 사람도 있고,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몇 번 이어지면 어디선가 살이 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살’이라는 말은 사람에게 무섭게 들린다.
하지만 살이 있다는 말 하나만 듣고 무조건 큰일이 생긴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살이 있으니 반드시 큰굿을 해야 한다거나 많은 돈을 들여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겁부터 주는 것도 내가 배워 온 무속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무속에서 말하는 살은 무엇이고, 살풀이는 무엇을 어떻게 푼다는 것일까.
살(煞)이란 무엇인가
살이라는 말은 무속에서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명리에서도 여러 신살을 이야기하고 민간신앙에서도 살이라는 말을 사용해 왔다. 무속에서도 사람이나 집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기운을 살이라고 불러왔다.
그래서 명리에서 말하는 살과 무속에서 말하는 살을 모두 똑같은 것으로 놓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옛 무속과 민속자료를 찾아보면 살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특히 충청도 법사들의 앉은굿과 경문 전승을 살펴보면 ‘백살경(百煞經)’이라는 경문이 등장한다.
이름 그대로 수많은 살을 풀어내는 경문이다.
백살경에는 백 가지가 넘는 살이 등장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옛사람들이 생각했던 살은 오늘날 흔히 이야기하는 몇 가지 신살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살의 이름을 많이 외우는 것이 아니다.
옛사람들은 사람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좋지 않은 기운이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두기보다 막고, 풀고, 보내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살풀이 방법이 생겨났다.
살풀이는 무엇을 푸는 것인가
살풀이는 말 그대로 살을 푸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푼다’는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민속에서 살이나 액을 다루는 방법을 살펴보면 사람에게 닥칠 좋지 않은 것을 직접 몸으로 받게 하지 않고 다른 물건이 대신 받도록 하는 방법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
사람 대신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기도 했고 북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사람 모양으로 만든 제웅을 사용했고, 천이나 다른 물건을 대신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을 대신하도록 세운 것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말이 ‘대수대명’이다.
대수대명, 사람을 대신 세우다
내가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배운 살풀이도 대수대명 방식이었다.
쉽게 말하면 살풀이를 받을 사람을 대신할 것을 세우는 것이다.
내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은 마른 북어였다.
북어에 백살경 부적과 살풀이를 받을 사람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를 적어 함께 사용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사람이 실제로 입었던 속옷을 같이 싸기도 했다.
북어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삼베로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사용했고,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대수대명으로 삼기도 했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왜 하필 북어이며, 왜 사람 모양의 허수아비를 만드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옛 민속자료를 살펴보면 비슷한 모습이 여러 지역에서 나타난다.
신수가 좋지 않은 사람을 위해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고 그 사람의 옷을 입혀 대신 세우기도 했다. 사람의 성명이나 생년월일을 적어 허수아비에 넣기도 했고, 북어에 사람의 이름이나 생일 등을 적은 종이를 붙여 대신 사용한 기록도 남아 있다.
몸이 아픈 사람의 옷으로 북어를 싸서 대수대명으로 삼고 독경을 했다는 지역 전승도 전한다.
내가 신부모에게 배워 행했던 방법과 옛 민속자료에 남아 있는 방법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을 대신하는 물건을 세워 액을 대신하도록 한다는 생각에서는 서로 닮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백살경을 읽으며 고장을 친다
대수대명을 마련했다고 해서 살풀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배운 방식에서는 대수대명을 앞에 놓고 백살경을 읽었다.
그리고 백살경을 독경하면서 ‘고장’을 쳤다.
여기서 고장이라는 말은 일반인에게는 조금 생소할 것이다.
내가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배운 고장은 법사가 북과 꽹과리를 양손으로 함께 치는 방식이다.
한 손으로 북을 치고 다른 손으로 꽹과리를 치면서 박자를 맞추어 경문을 읽는다.
그렇게 고장을 치면서 백살경으로 살을 풀었다.
충청도 무속을 살펴보면 법사가 경문을 읽으며 의식을 행하는 앉은굿의 전통이 오래 이어져 왔다. 그 경문 가운데 살을 다루는 백살경도 전해진다.
다만 내가 ‘고장’이라고 배운 명칭과 그 구체적인 방식까지 모든 지역의 법사들이 똑같이 사용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은 내가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그렇게 배웠고 실제 현장에서 사용해 온 방식이다.
왜 속옷을 함께 사용했을까
살풀이를 할 때 당사자가 입었던 속옷을 대수대명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역시 내가 배운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흥미로운 것은 옛 민속자료에서도 사람을 대신하는 허수아비에게 당사자의 속옷을 입히거나, 환자의 옷으로 북어를 싸서 대수대명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실제로 입었던 옷은 그 사람과 직접 닿아 있던 물건이다.
다만 이것을 두고 무조건 어떤 신비한 원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배운 살풀이에서는 그 사람을 대신하는 대수대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용했고, 다른 지역의 민속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기록해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살풀이가 끝나면 대수대명을 태웠다
백살경을 읽고 고장을 치며 살풀이를 마치면 마지막 과정이 남는다.
대수대명으로 사용한 물건을 소각하는 것이다.
내가 배운 살풀이에서 이것은 단순히 의식에 사용한 물건을 없애기 위해 태우는 것이 아니었다.
대수대명이 살풀이를 받은 사람을 대신하여 살과 액을 받아냈다고 보고, 마지막에 그 대수대명을 불태워 살과 액까지 함께 소멸시키는 의미였다.
그래서 의식이 끝난 북어든, 삼베 인형이든,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든 대수대명으로 사용한 것은 마지막에 소각했다.
옛 민속자료에도 대수대명으로 사용한 허수아비나 물건을 태우는 사례가 남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에서 반드시 불에 태운 것은 아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길이나 네거리에 버렸고, 땅에 묻기도 했다. 물에 띄워 보내는 곳도 있었다.
결국 사람에게 닥칠 좋지 않은 것을 대신물에 실어 사람에게서 떼어내고 보내려는 생각은 비슷했지만, 그 방법은 지역과 전승에 따라 달랐던 것이다.
살풀이와 액막이는 같은 것일까
살풀이를 이야기하다 보면 액막이, 삼재풀이, 부정풀이 같은 말도 함께 등장한다.
현장에서는 서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칼로 자르듯 완전히 나누기는 쉽지 않다.
삼재풀이에서도 사람을 대신하는 허수아비나 북어를 사용한 기록이 있고, 살맥이에서도 사람을 대신하는 물건을 만들어 액을 막거나 보내는 방식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름이 비슷하거나 사용하는 물건이 같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의식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무엇을 풀기 위한 것인지, 어떤 경문을 사용하는지, 어떤 신명을 모시고 행하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배웠는지에 따라 방법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무속의 여러 의식을 공부할 때 이름만 보고 같은 것이라고 묶어버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풀이가 반드시 큰굿인 것은 아니다
살풀이 이야기를 하면 “그러면 굿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살을 푸는 방법은 지역과 법맥에 따라 다양하게 전해져 왔다.
내가 배운 것처럼 백살경을 독경하고 고장을 치며 대수대명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지역과 다른 법맥에서는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따라서 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큰굿부터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살풀이춤과 무속의 살풀이
또 하나 혼동하기 쉬운 것이 ‘살풀이춤’이다.
오늘날 살풀이라고 하면 중요무형문화재로 전승되어 온 살풀이춤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공연예술로 전승된 살풀이춤과 무속 현장에서 살과 액을 다루는 살풀이 의식을 그대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살풀이춤은 춤으로서 형성되고 전승되어 온 별도의 역사와 계보가 있다.
학계에서도 오늘날 살풀이춤의 명칭과 무속적 의미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두고 여러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이 글에서 말하는 살풀이는 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무속과 민간신앙에서 사람에게 닥친다고 여겼던 살과 액을 어떻게 풀고 막아왔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살이라는 말로 사람부터 겁주어서는 안 된다
내가 살풀이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사주에 무슨 살이 하나 있다고 해서 사람의 인생 전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큰 살이 들었다”, “이대로 두면 집안에 큰일이 난다”는 식으로 겁을 주고 비싼 굿이나 의식을 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살이라는 말은 워낙 강하다.
사람은 사고가 난다거나 자식에게 문제가 생긴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리 담대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무속인이 살을 이야기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사람들도 살과 액을 두려워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북어 하나를 대신 세우기도 했고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액을 보내기도 했다. 경문을 읽으며 풀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겁먹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것을 막고 무사하기를 바라는 데 있었다고 나는 본다.
법사의 정리
살풀이는 오랜 세월 전해져 온 우리 무속과 민간신앙의 한 모습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지역마다 방법이 다르고 사용하는 물건도 다르다. 같은 대수대명이라도 어떤 곳에서는 북어를 사용했고, 어떤 곳에서는 짚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었다. 의식이 끝난 뒤 태우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묻거나 물에 띄워 보내는 곳도 있었다.
내가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배운 방법 역시 그 여러 전승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어느 한 사람의 방법을 놓고 이것만이 옳은 살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행하는 의식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대수대명을 세우는지, 왜 백살경을 읽는지, 마지막에 왜 그것을 태우는지 그 의미도 모르면서 남이 하는 모습을 보고 흉내만 내서는 제대로 된 전승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이라는 말로 사람에게 겁부터 주어서는 안 된다.
살풀이는 사람을 두렵게 만들기 위해 전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어져 온 의식이기 때문이다.
자료를 정리하며
이 글은 내가 신부모와 신선생에게 배워 실제 현장에서 행해 온 살풀이 경험을 중심으로 정리했으며, 살·백살경·대수대명·제웅 등에 관한 국립민속박물관과 국가유산 관련 민속자료, 한국무속 관련 연구자료 등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천신장군암 무속자료실
우리 무속은 오랜 세월 지역과 법맥에 따라 서로 다른 용어와 의식, 비방과 행위로 전해져 왔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과거 특정 지역에서 사용하던 무속용어나 의식이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사용되는 등 여러 전승이 공존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또한 무속은 문헌으로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신부모와 신선생을 통해 구전과 실제 행위로 이어져 왔기에, 누구에게 어떻게 배웠는가에 따라서도 용어의 뜻과 의식의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신제자가 행하는 비방과 의식은 자신이 모시는 신명님과 법맥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 지역이나 한 사람의 방식만을 무속 전체의 절대적인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틀림이라기보다 각 지역의 전승과 법맥, 그리고 제자마다 지닌 무속의 특징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천신장군암 무속자료실은 이러한 차이를 존중합니다. 문헌과 민속자료에 기록된 내용, 지역별 전승, 신부모·신선생을 통해 이어진 가르침, 실제 무속 현장의 경험을 가능한 한 구분하여 기록하고 서로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이곳의 글은 하나의 정답을 정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전해져 온 우리 무속을 함께 살펴보고 기록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