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앉은거리와 선거리, 지금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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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앉은거리와 선거리, 지금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

충청도 앉은굿을 자료로 찾아보면 흔히 법사가 앉아서 경문을 읽는 굿이라고 설명한다. 반대로 무당이 서서 춤과 노래를 하고 신과 소통하는 굿은 선굿이라고 구분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학술적으로 옛 굿의 형태를 분류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구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30여 년 동안 실제 굿판에서 배우고 보고 행해 온 모습은 그렇게 둘로 뚝 떨어져 있지 않다.
현장에서는 앉은굿을 ‘앉은거리’, 선굿을 ‘선거리’라고 부르는 지역과 무속인들도 많다.
그리고 오늘날 실제 굿판에서는 앉은거리와 선거리가 한 굿 안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법사 따로, 무당 따로 하는 두 개의 굿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하나의 굿을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굿판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법사가 먼저 경문을 읽고 고장을 친다.
고장은 법사가 북과 꽹과리를 함께 치며 경문의 청과 장단을 끌어가는 것이다. 입으로는 경문을 읽고 양손으로 북과 꽹과리를 치면서 신과 조상, 여러 영가를 청배하고 제가집을 위해 축원한다.
그리고 선거리에서는 무당이 나선다.
무당은 선거리로 신명과 소통하고 굿을 풀어나간다. 이때 악사들은 장단을 치며 굿판의 흥을 돋우고 무당의 선거리를 받쳐준다.
법사는 경문과 고장으로 청배하고 축원한다.
무당은 선거리에서 신명과 소통한다.
악사는 장단으로 굿판을 받친다.
이들이 각자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 굿 안에서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그래서 오늘날 굿판을 놓고 보면 ‘여기까지는 앉은굿이고 지금부터는 전혀 다른 선굿이다’라고 칼로 자르듯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앉은거리와 선거리가 한 굿 안에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충청도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현장에서 보아 온 바로는 여러 지역의 굿에서도 법사와 선거리 무당이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법사가 경을 한 뒤 무당이 선거리로 들어가기도 하고, 굿의 진행에 따라 법사의 경문과 고장, 무당의 선거리가 이어지며 하나의 굿을 완성한다.
그래서 옛 문헌에서 말하는 앉은굿과 선굿의 구분을 오늘날 굿판에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면 실제 현장의 모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앉은거리만 독립적으로 행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모든 굿에 반드시 선거리 무당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터고사나 퇴마를 비롯해 의식의 성격에 따라서는 선거리를 하는 무당 없이 법사가 혼자 의식을 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법사는 고장을 치고 경문을 읽으며 필요한 신과 조상, 영가를 청배하고 축원하면서 의식을 풀어나간다.
이런 경우에는 앉은거리의 성격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앉은거리를 이해할 때는 두 가지 모습을 함께 봐야 한다.
하나는 법사가 단독으로 고장과 경문, 축원을 통해 행하는 앉은거리다.
또 하나는 법사와 선거리 무당, 악사가 함께 참여하여 앉은거리와 선거리가 한 굿 안에서 어우러지는 방식이다.
현실의 굿판에서는 오히려 두 번째 모습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법사의 역할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법사는 단순히 굿판 한쪽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경문에는 청이 있고 장단이 있다.
법사는 경문을 읽으면서 고장을 붙인다. 입으로 경을 읽으면서 양손으로 북과 꽹과리를 쳐야 한다.
경문의 어느 대목에서 어떻게 장단을 붙이고, 어디에서 청을 올리고 내릴 것인지 몸으로 익혀야 한다.
경문의 글자를 안다고 해서 곧바로 굿판에서 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유다.
내가 배운 법맥에서는 고장을 배우는 과정도 중요했다.
북과 꽹과리를 함께 치는 기본적인 고장이 있고, 양손의 박자가 갈라지는 방식도 있다. 흔히 ‘손 찢기’라고 표현하는 고장도 있다.
경문과 청, 고장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입에서는 경문이 나오고 손에서는 고장이 나오지만 결국 하나로 맞아야 한다.
그래서 옛 법사들은 경문 몇 권을 외웠다고 법사가 된 것이 아니다.
신부모와 신선생 곁에서 경문을 배우고 청을 배우고 고장을 배우면서 실제 의식을 익혔다.
그렇게 몸으로 배운 것이 다시 다음 제자에게 전해졌다.
문헌에서는 이것을 ‘독경’이라는 두 글자로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법사가 하는 일은 그 두 글자보다 훨씬 넓다.
이 차이를 알고 문헌을 읽어야 한다.
문헌은 옛 무속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우리 무속은 책으로만 이어진 문화가 아니다.
신부모가 제자에게 가르치고, 신선생이 제자를 굿판에 데리고 다니면서 직접 보여주고, 제자가 수없이 고장을 치고 경을 읽으면서 몸으로 익혀 온 전승도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충청도 앉은거리를 이야기하면서 문헌과 현장을 함께 기록하려고 한다.
문헌에 남아 있는 앉은굿의 모습은 그대로 살펴보되, 지금 실제 굿판에서 법사와 무당들이 어떻게 굿을 하고 있는지도 함께 남겨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이 자료를 보는 신제자들도 앉은굿과 선굿이라는 용어만 보고 두 개를 전혀 별개의 굿이라고 오해하지 않을 것이다.
옛 전승에서는 서로 구분되는 형식과 역할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굿판에서는 앉은거리와 선거리가 한 굿 안에서 만나고, 법사와 무당, 악사가 서로의 역할을 이어받으며 굿을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터고사나 퇴마처럼 법사가 홀로 고장과 경문, 축원을 통해 앉은거리를 행하는 전승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 두 모습을 함께 봐야 지금의 앉은거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음 이야기가 시작된다.
법사가 앉아 경문을 읽고 고장을 치는 자리에는 때로 종이를 오리고 접어 만든 수많은 형상이 세워진다.
바로 설위설경이다.
왜 종이를 오렸을까.
왜 신장의 형상을 세우고, 굿청의 공간을 종이로 둘렀을까.
단순히 굿청을 보기 좋게 꾸미기 위해서였을까.
다음 2부에서는 충청도 앉은거리의 또 다른 중요한 세계인 설위설경을 실제 법사의 눈으로 하나씩 살펴보려고 한다.
충청도 앉은거리와 설위설경 4부작 연재
1부. 충청도 앉은거리와 선거리, 지금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
2부. 설위설경, 법사는 왜 종이를 오리고 굿청을 꾸미는가
3부. 설경 안의 신장과 지물, 무엇을 세우고 무엇을 막는가
4부. 경문과 고장, 법사는 어떻게 경을 읽고 굿을 풀어가는가
천신장군암 무속자료실
우리 무속은 오랜 세월 지역과 법맥에 따라 서로 다른 용어와 의식, 비방과 행위로 전해져 왔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과거 특정 지역에서 사용하던 무속용어나 의식이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사용되는 등 여러 전승이 공존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또한 무속은 문헌으로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신부모와 신선생을 통해 구전과 실제 행위로 이어져 왔기에, 누구에게 어떻게 배웠는가에 따라서도 용어의 뜻과 의식의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신제자가 행하는 비방과 의식은 자신이 모시는 신명님과 법맥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 지역이나 한 사람의 방식만을 무속 전체의 절대적인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틀림이라기보다 각 지역의 전승과 법맥, 그리고 제자마다 지닌 무속의 특징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천신장군암 무속자료실은 이러한 차이를 존중합니다. 문헌과 민속자료에 기록된 내용, 지역별 전승, 신부모·신선생을 통해 이어진 가르침, 실제 무속 현장의 경험을 가능한 한 구분하여 기록하고 서로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이곳의 글은 하나의 정답을 정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전해져 온 우리 무속을 함께 살펴보고 기록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글쓴이 계룡산 벼락신장법사